치매 보호자로 산다는건

치매 환자 보호자로 산다는 건

캔디파우 2025. 3. 1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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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포스팅은 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공감하시는 분도 있고, 반대하시는 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알콜성 치매 환자와 혈관 및 알츠하이머성 치매 환자를 돌보는 약 15년 차 보호자입니다.
이 글은 치매 환자의 보호자 역할을 시작하거나 앞으로 보호자가 되실 분들께 이런 일도 있다고 알려드리는 것이니 가볍게, 그렇지만 한 번쯤은 깊게 생각해 보시라는 마음으로 씁니다.
 
치매이거나 인지장애를 겪는 어르신들은 본인이나 보호자가 인지장애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습니다.
전에 말씀드린 적이 있지만, 평소와 똑같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갑자기 성격이 변하고, 집을 못 찾고, 몸을 못 가누게 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치매는 완치가 없기 때문에 치매 증상을 지연시켜 주는 약물이나 패치를 처방받아 치매 증상을 지연시킬 수 있습니다.
 

 
● 치매 어르신은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하다.
치매가 진행되기 시작했다면 진행정도에 따라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게 좋습니다.
단순한 인지장애라면 가족으로도 충분하지만 몸이 편찮으시다거나 경증 치매 등으로 진행되었다면 어르신의 상태에 따라 장기요양등급을 신청하고 재가급여 혹은 시설급여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어디까지나 어르신의 몸상태와 어르신을 모실 수 있는 가족 구성원을 염두에 두셔야 하며, 주보호자를 누구로 할지 충분히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치매 어르신의 수발은 병증이 심해질수록 어렵습니다.
1등급 정도가 되면 스스로 움직이는 것 자체가 안되기 때문에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 옷 갈아입히기, 식사준비부터 먹이는 것까지 전부 옆에 붙어서 해야 합니다.
"며느리니까 당연히 해야 한다, 첫째니까 해야 한다." 이런 말은 제발 하지 마세요.
본인이 못하는걸 다른 가족에게 떠넘기고 한걸음 뒤에 서서 잔소리만 할 거면 차라리 돈이나 열심히 내고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게 훨씬 도움이 됩니다.
 
주보호자가 할 일은 어르신의 보호자로서, 건강보험공단에 장기요양보험 등급신청을 하고, 병원에 같이 다니고, 어느 주간보호센터 혹은 요양원에 보낼지 결정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환자 본인을 설득하는 일이죠.
그 외 가족들은 주보호자가 지치지 않도록 "잘하고 있다"라고 응원하고, 각종 비용을 착실히 나눠내고, 자주 부모님을 찾아뵙고, 주보호자와 뭔가를 약속했다면 그 약속을 반드시 지키는 게 할 일입니다.
 
● 어르신들도 친구가 필요하다
주간보호센터는 어르신 유치원이라고도 하고 어르신 학교라고도 하는데 센터에 가면 그림이나 율동, 놀이시간을 갖게 됩니다.
집에선 TV를 보고 계시지만 TV는 일방적인 정보전달매체이기 때문에 대화상대가 아닙니다.
대화를 해야 생각을 하고 인지능력이 올라갑니다.
TV만 보고 있으면 인지능력이 떨어집니다.
제 어머니는 주간보호센터에서 돌아오시면 어떤 할머니가 이랬다 저랬다, 내일은 어디로 소풍을 간다, 밥은 뭘 먹었다 등의 소소한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직접 그린 그림도 가지고 오셔서 자랑하셨어요.
집에만 계신 것보단 훨씬 즐거워하십니다.
 
● 환자 본인을 설득하는 게 제일 어렵다
저희 어머니를 주간보호센터를 보낼 때와 요양원에 모실 때 제일 어려웠던 건 환자 본인을 설득하는 일이었습니다.
주간보호센터는 5일간 실험 삼아 다녀보고 진짜 싫다면 안 가도 된다고 약속을 했어요.
아침에 모시러 오고 저녁엔 집으로 데려다주시니 금방 적응을 하셨는지 계속 다닌다고 하시더군요.
요양원은.. 본인을 버린다고 생각하시더라고요.
7년이 지난 지금도 저를 보면 종종 집에 같이 가자고 하십니다.
가슴이 미어져요.
 
● 요양 시설에 어르신을 버리는 게 아니다
위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시간이 지날수록 집에서 어르신을 모시기 어려운 상태가 되십니다.
직접 할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는데, 어르신들은 다치기 쉽습니다.
넘어져도 뼈가 바사삭 부러져요.
목욕시키고, 매일 영양을 맞춰서 삼시 세끼에 간식을 준비해서 먹이고, 입히고, 놀이학습, 그림학습도 해야 합니다.
아무리 가벼워도 간병경험이 많지 않다면 욕창이 생기지 않게 몸을 움직이고, 관장, 응급처치, 혈압 체크 등은 어렵습니다.
직접 하시는 분들도 당연히 있으십니다.
진짜 대단하신 분들입니다.
하지만 요양시설에 모신다고 해서 어르신을 포기한다거나 버리는 게 절대 아니라는 걸 보호자도, 그 보호자의 가족도 인지를 하셨으면 좋겠어요.
전 오래 고민하고 결정했는데도 죄책감에서 벗어나는데 오래 걸렸거든요.
 
● 돈이 필요하다
지난 시간에 시설급여에 대한 샘플을 보여드렸습니다.
2등급에 20%를 낼 경우 31일 기준 약 95만 원입니다.
만약 상급 병실이라면 1백만 원이 넘어갑니다.
 
혹시 병원에 입원한다면 치매 어르신의 경우 치매 정도에 따라 간병비가 올라가거나 간병인 선생님 섭외가 안될 수도 있습니다.
재작년에 저희 어머니가 입원하셨을 때는 간병비가 1일당 14만 원~17만 원이었습니다.
14만 원 기준, 30일 입원 시 간병비만 4,200,000원이며 병원비는 별도입니다.
 
그리고 요양병원에 들어가신다면 6인 1실 120만 원 ~ 3인 1실(간병인 1분이 환자 3분을 봐주심) 220만 원까지 다양한 가격대가 있으며, 소모품(기저귀, 배변패드, 물티슈등)은 전부 별도입니다.
 
재가급여 쪽은 말씀도 안 드렸습니다.
그쪽은 50만 원 이하라 가족들끼리 알아서 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생각하니까요.
 
돈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건 제가 현재 직면해 있고, 여러분이 언젠가 부딪힐 일이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요양원 비용이 한 달에 70~80만 원, 등급이 올라갈수록 더 나오고, 요양병원은 못해도 150만 원, 일반 병원은 300만 원 이상을 생각해야 합니다.
집안 사정이 넉넉하다면 문제가 없지만, 우리네 사는 모습은 비슷비슷하잖아요.
어르신들 간병비용으로 미리 조금씩이라도 좋으니 모아두세요.
치매는 끝이 정해져 있지 않은 불치병입니다. 
중증 치매로 발견돼도 20년을 넘게 사는 게 치매이며 그 모든 비용은 누군가는 지불해야 합니다.
 
● 모든 결과가 보호자의 잘못이 아니다
치매로 오래 지내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근육이 없어지고 각종 병증이 생깁니다.
기저질환이 심해질 수도 있고, 없던 병이 생기거나 낙상사고로 인해 어딘가가 부러지기도 합니다.
그때마다 요양시설에선 보호자에게 호출을 합니다.
간단하게 보고를 하기도 하고, 응급실로 보낼 테니 병원으로 오라는 연락을 할 때도 있지요.
 
저희 어머니는 응급실에서 검사를 하다 보니 암으로 보이는 세포도 확인이 되었고, 담석도 발견이 되었고, 장폐색도 있고 발가락 5개가 다 부러졌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장폐색으로 입원했는데 차도가 보이지 않아서 3주 만에 퇴원을 했어요.
그렇게 1년에 한두 번은 응급실로 호출이 됩니다.
그리고 결정을 해야 하죠.
치료를 할지, 추가 검사를 할지, 아무것도 하지 않을지...
전 다 안 한다고 했습니다.
스스로 걷지 못하고, 식사도 못하시는 분을 여기저기 끌고 다니면서 검사를 하고 싶지 않았거든요.
 
이 모든 과정을 보호자가 결정해야 합니다. 
어떤 결정을 하든 그 결과가 보호자의 잘못이 아닙니다.
충분히 고민을 하셨잖아요.
잠시 후회는 하실 수 있지만 너무 오래 자책하진 않으셨으면 해요.
 
● 보호자도 전문가의 손길이 필요할 수 있다
보호자가 모든 걸 다 알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기관이 있습니다.
각 지자체의 치매안심센터, 현재 이용하고 있는 요양시설에 문의하셔도 됩니다.
그리고 우울증이 생긴다면 심리상담을 받아보세요.
경험상 치매보호자는 우울증이 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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